[코로나19 확산 비상] 한국인 입국 제한에 피해 속출
한국 정부의 우려 표시에도 아랑곳없이 중국 각 지방에서 한국발 승객에 대한 입국 제한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중앙정부에서 입국자 검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예고 없는 일방적 격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지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광저우시 당국은 이날 오전 11시 12분(현지 시간) 광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편 비행기의 승객을 사전 고지 없이 모두 호텔에 격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진행했다. 승객 163명 가운데 한국인이 124명이다. 한 관계자는 “격리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광저우엔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해 한국 기업 사업장 3700여 개가 있다.
앞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는 25일부터 한국발 승객 전원을 호텔에 격리하고 있다. 베이징은 한국발 승객들에 대해 14일간의 자가 격리 또는 집중 격리 관찰을 요구하고 있다. 24∼26일 중국 공항에서 격리 조치된 한국인은 226명에 달했다.
한국인들을 겨냥한 차별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출신 중국인들이 당했던 차별과 혐오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는 27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의 아파트 단지인 뤼디스지청(綠地世紀城)이 25일 게재한 공고문이 올라왔다. 이곳 관리위원회는 “한국인이 출입하는 것에 주민들이 강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한국인 거주 상황을 전수 조사해보니 삼성 직원이 대다수인 110여 가구 230여 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기아자동차 공장이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는 25일부터 “옌청에 사는 한국인들은 거주지가 있으면 자가 격리, 출장자들은 정부 지정 호텔에 집중 격리한다”고 발표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의 퉁허(通河)현은 “한국 일본에서 온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 지역사회 주민들의 광범한 신고(체계)를 발동한다”고 밝혔다. 한국 사람을 보면 현 정부에 신고하라는 얘기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선 한국 교민들의 이름, 주소, 여권번호, 연락처가 담긴 개인 정보 자료가 인터넷에 유출돼 돌아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둥성 칭다오 일부 지역에서는 자가 격리 중인 한국인 집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고 옌타이(煙臺)에서는 아파트 단지 관계자들이 24시간 감시한다고 한다.
장쑤성 쑤저우(蘇州)에서는 한국인 자가 격리자 집 문에 전자 경보 센서를 달아 문이 열리면 경보가 울리도록 했다. 한 교민은 본보에 “한국 상황이 변했다고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게 당황스럽고 갇힌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쑤저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국인이 14일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아파트 문에 봉인 딱지를 붙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다음 날 봉인을 해제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