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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두려운 새내기 간호사이지만… 지금 내가 있을 곳은 청도”

입력 | 2020-02-28 03:00:00

[코로나19 확산 비상]
박은승씨 등 18명 의료진 가세




27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치매안심센터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 박은승 씨(왼쪽)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하고 있다. 청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아직 모든 게 서툴러 겁이 나지만 숭고한 나이팅게일 선서를 실천하겠습니다.”

최근 대구보건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박은승 씨(23·여)는 24일부터 경북 청도군 치매안심센터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오후 2∼10시 다른 의료진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돕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합격해 발령을 기다리던 박 씨는 22일 은사인 임은실 대구보건대 간호학과 교수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간호 인력 지원을 요청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마침 방송에서 청도에 확진 환자가 많아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나왔다. 운명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행여 딸이 감염될 수 있다며 걱정했다. 부모라면 모두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박 씨는 “이제 평생 간호사로 살아가는데 아픈 환자가 있는 곳에 가는 게 내 소명이고 역할이다. 2시간 넘게 나의 의지를 말하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별진료소에 투입된다는 말을 듣고 박 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는 “솔직히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배운 대로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를 갓 졸업한 새내기 간호사 18명이 코로나19 현장을 누비고 있다. 박 씨를 포함한 간호사 8명은 24일부터 청도 치매안심센터와 화양보건지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2명은 27일부터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선별진료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8명은 출동 대기 중이다. 이 가운데 7명은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했지만 간호사 면허증이 늦게 나와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직접 가서 받아오기도 했다. 장주용 씨(27)는 “면허증이 없으면 의료와 봉사를 하지 못해 서둘러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모두 취업해서 발령을 기다리는데 지원자가 나올지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간호사들도 쉽지 않은 감염 현장에 선뜻 가겠다고 해서 기특했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는 예상보다 더 힘겨운 곳이었다. 긴장감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방호복을 입고 진료와 검사를 하기 때문에 온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는다. 김일연 씨(25)는 “처음에 현장을 보고 사실 겁부터 덜컥 났다. 내가 두려워하면 진료소를 찾은 주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며 “하루빨리 청도가 일상을 찾을 수 있게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검사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곤혹스럽다. 어르신이 코 깊숙이 들어오는 면봉을 참지 못해 간혹 소리를 지르면 순간 깜짝 놀란다. 어르신이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행동한다. 김형준 씨(29)는 “한 번씩 현장을 마주하면서 힘들게 느껴지는데,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금방 녹았다. 감염 위험이 있는데도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잡으려고 하셔서 혼났다”고 말했다.

하루를 보내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일도 쉽지 않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택시 잡기도 어려워졌다. 매일 40분 이상 걸어서 출근한다. ‘직장에서 꺼리기라도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들은 “직업윤리를 지켜서 아마 칭찬해 줄 것”이라며 “발령 전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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