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86년 종합베스트셀러 3위(교보문고 기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J M 바스콘셀로스 지음·박동원 옮김·김효진 그림/301쪽·1만 원·동녘
김소연 시인
주인공 제제, 제제에게 다정했던 아저씨 포르뚜가, 제제가 항상 위로를 받던 오렌지나무 밍기뉴. 이 고유명사들을 모르는 청소년은 당시에 거의 없었을 정도로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았다.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된 것은 물론 헌정 음악앨범까지 등장했다. 제제를 모티브로 한 숱한 창작물이 여전히 드문드문 발표되는 것을 보면 우리 성장기를 대변해주는 이야기로 아직까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는 가난하고 억압된 환경에서도 꿋꿋하고 해맑은 제제를 사랑했고 그런 제제를 허물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포르뚜가 아저씨를 사랑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도 한 그루쯤 살아 있을 나무 밍기뉴를 사랑했다. 숱한 상처와 상실감에 대해 인생을 배운 것으로 다정하게 마무리 짓는 마지막 챕터의 회고에서 작가의 체험과 다분히 겹치는 실감을 누군가는 사랑하기도 했다.
이렇듯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소설을 읽는 독자가 성장서사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촘촘하게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바스콘셀로스는 브라질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가였다. 그의 문학적 성과는 브라질 현대문학에 새로운 분기점을 세운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포르투갈인 아버지와 인디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몸으로 삶을 배운 작가였다. 권투 선수 스파링 상대, 농장 인부, 어부, 초등학교 교사 등을 지냈고, 인디언들과 사막에서 함께 살기도 했으며, 숱한 작품을 출간한 뒤에는 영화와 텔레비전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는 일찍이 1984년 64세로 작고했다.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