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확진자 388명-34명 사망… 에브테카르 부통령까지 감염돼 종교성지 격리조치 안해 확산 방치 伊, 경로불명 감염자에 우왕좌왕… 병원서 36시간 무차별 접촉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두 나라의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8일 기준 이란의 확진자는 388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8.8%(34명)에 달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본토의 사망률 3.5%보다 2배 이상으로 높다. 특히 최고위 여성 인사인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60)까지 감염됐을 정도로 전방위적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세력의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 당시 반미 선봉장으로 활약해 ‘테헤란 메리’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란의 높은 사망자 비율의 이유로는 서방의 오랜 제재로 낙후된 의료 체계, 21일 총선 승리를 의식해 코로나19 경고에 소홀했던 집권 보수 세력의 허술한 대처 등이 꼽힌다. 정부는 아직도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중부 시아파 성지 ‘쿰’에 대한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쿰은 한 해 방문객이 2000만 명에 달하며 모스크, 종교학교 등이 밀집해 있다. ‘쿰에서만 50명 이상이 숨졌는데도 정부가 축소 발표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 프로그램 팀장은 27일 “이란에서는 중증 환자만 치료기관을 찾다 보니 경증 환자는 아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파악되지 않은 감염자가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병원에서 36시간을 기다렸다. 그 과정에서 병원 직원, 가족, 친구와 만났다. 확진 판정 후에도 즉각 격리되지 않은 채 해당 병원에 3시간이나 더 머물렀다. 병원 관계자 역시 자가 격리 대신 응급실 근무를 계속했음이 드러나 우려를 낳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