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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文연대’ 손잡은 안철수, 존재감 되찾나

입력 | 2020-02-29 03:00:00

안철수 “국민의당 지역구 무공천”
창당 효과 없고 의원들 이탈하자 ‘지역구 통합당, 비례는 국민의당’
선거연대 승부수, 중도표 변수로
통합당 내부 “아예 합치는 것 타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4·15총선에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공천만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강조하며 ‘야권 연대’에 힘을 실었다. 뉴시스

“오늘의 결정이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창당한 지 닷새 만에 지역구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그만큼 ‘안철수 효과’가 미미하고 계보 의원들이 잇따라 미래통합당에 합류하면서 마땅히 다른 선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통합당과의 ‘반문 선거연대’를 이루면서 접전 중인 수도권 선거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도 정치의 길을 가면서도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과감하게 지역구 공천을 하지 않는 희생적 결단을 통해 이 두 가지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달라”고 덧붙였다. 지역구 후보는 반문 기치를 내세운 통합당 등 야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 후보는 국민의당을 찍어 달라는 선거연대 선언인 것이다.

안 대표가 지역구 무공천 방침을 밝힌 것은 독자 노선으로 총선 승리가 어려운 형국에 몰리자 선제적으로 통합당과의 선거연대라는 자발적 ‘인수합병(M&A)’ 카드를 던지며 총선 이후를 바라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으로 총선을 치러 당선시킨 비례대표 의원들과 함께 통합당에 합류해 차기 대선을 겨냥한 통합당 내 지분 확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민의당 지지율이 3% 남짓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비례 의석 확보가 가능할지는 아직은 의문스럽다”고 했다.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사실상 범보수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만큼 실질적인 보수통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진보와 보수에서 이탈한 중도 표심이 수도권 승부를 좌우할 핵심 표심인 만큼 총선 전에 안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에게 간접적으로 만남을 타진했는데 부정적으로 답이 왔다”면서도 “상황이 계속 변하니 늘 열린 자세로 있겠다”고 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에게 비례대표 지분 일부를 보장하는 방식의 통합을 타진해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필요하면 황교안 대표가 안 대표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온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대거 통합당으로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다. 신용현 김삼화 김수민 의원은 다음 달 2일 통합당 입당식을 갖는다. 반면 국민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은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에게)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시에 권 의원이 이태규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