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 지자체, 교인 20만명 1차 조사… 수도권에만 유증상 1106명
특히 대구 신천지 교인 중에서는 코로나19 증상은 없지만 양성 판정을 받은 ‘무증상 감염자’가 대거 드러났다. 현재 대구 지역에서는 기침, 발열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 교인 중에서 확진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가 전수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증상 교인마저 높은 비율로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조사를 진행할수록 전체 확진 환자는 예상보다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 수도권에만 유증상자 1106명
본보가 17개 시도의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 수도권에서만 1차 조사에서 1106명의 유증상자가 나왔다. 확진자 8명이 나온 경기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가 위치한 경기도의 유증상자가 740명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많았다. 총회본부 예배에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안양 등 수도권 교인 9000여 명이 모인다. 서울과 인천에서도 각각 217명, 149명의 유증상자가 나왔다. 수도권은 아직 확진자가 150명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
지자체들은 우선 유증상자의 역학 조사와 자가 격리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들이 조치에 응하지 않을 때다. 약 2500만 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서 1000명이 넘는 잠재 위험군이 일상생활을 이어간다면 지역사회 확산은 불가피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기저기서 감염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집단 발생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 같다. 3월은 끔찍한 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도 10곳에서 유증상자 100명 넘어
17개 시도 가운데 10곳이 100명 이상의 유증상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구, 경기에 이어 광주는 유증상자가 351명으로 나타났다. 광주의 확진자는 9명뿐인데 유증상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는 것이다. 확진자가 7명인 강원은 유증상자가 89명에 달했다. 대전, 울산 등 확진자가 10여 명인 지역에서도 150명이 넘는 유증상자가 나왔다. 부산, 대전, 울산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의 유증상자가 많은 점도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만약 전국에 퍼져 있는 신천지 교인의 유증상자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코로나19 감염은 전국적인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교인과 교육생 등은 약 10만 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신천지에서 넘겨받은 교육생 6만5127명의 명단도 더 조사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1차 전화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2만6014명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원도에선 조사를 받아야 할 교인이 6335명이나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유증상자와 확진자가 나올 경우 전체 확진자는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무증상’ 대구 신천지 교인 10명 중 7명 확진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이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진 뒤 건물 출입이 통제됐다. 대구=뉴시스
‘무증상 감염’이란 기침, 발열, 폐렴 등 코로나19의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검체(침·가래)를 채취한 결과 양성으로 나온 경우를 뜻한다. 무증상 감염 상태라도 감염력이 높아 외부에 이를 뿜어낼 수 있어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대로라면 전국적으로 무증상 감염자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무증상 감염이 치명적인 이유는 증상이 없어 감염자인지 겉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가 격리되지 않아 거리를 활보하는 ‘그림자 감염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확진 환자의 동선을 역추적해 감염원을 찾는 역학조사가 불가능하다. 겉잡을 수 없이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전주영 / 대구=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