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3·1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다”며 “코로나19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고 했다. 3·1정신을 되살려 코로나19의 위기도 극복해내자고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호소는 국민들에겐 공허하게만 들렸을 것이다. 당장 상당수 국민은 지난 주말까지도 마스크 한 장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는 마스크 값이 폭등하며 대란 조짐을 보이자 사재기 엄단 방침 등을 밝히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며칠째 길게 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주에는 우체국 등을 통해 마스크 수백만 장을 조속히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책을 발표해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정부가 반 발짝씩 늦게 대처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돼 왔다. 문 대통령부터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 어제 기념사 역시 “북한과의 보건 분야 공동 협력” 제안 등이 뒤섞이며 메시지의 핵심 전달력을 약화시켰다. 잇단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정책적 실기, 행정적 실수까지 겹치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가 며칠 전 ‘한국 입국 중국인’보다 ‘중국 입국 한국인’의 수가 2배 가까이 많다는 근거로 든 숫자의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한 것은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