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요양보호사 코로나 확진에 중증 노인들까지 자가격리 조치
보호센터측 “굶어 죽으라는 거냐”… 벌금 300만원 무릅쓰고 간병나서
대구시 “거동 불편 노인은 못챙겨”… 전문가 “돌봄 공백 최소화 조치를”

대구에서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A 센터장은 1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센터는 최근 요양보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상 사태다. 보건당국에선 확진자와 접촉해 온 할머니에게 자가 격리를 통보했다. 센터에도 “2주간 할머니와 접촉하지 말라”고 알렸다.
하지만 현재 센터는 보건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있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신 다발성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는 요양사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다. 홀로 끼니를 챙길 수도 없다.
잠깐 들러 보려고 했던 센터장은 결국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챙겨드린 뒤 모든 물 컵과 그릇, 옷가지를 살균했다. A 센터장은 “보건소에서 ‘지침을 어기면 감염예방법에 따라 벌금 3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문자도 보냈다”며 “벌금 내라면 내는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을 2주간 방치하는 건 굶어 죽으라는 것과 매한가지”라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직접 방문해서 돌봐야 하는 노인 돌봄에도 공백이 생기고 있다. 보건당국에선 확진자와 접촉한 노인들을 2주간 자가 격리하고, 요양보호센터도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홀몸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마저 폐쇄해 더욱 심각하다. 노인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김모 센터장(51·여)은 “기초생활수급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코로나19보다 2주 격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 고마운재가복지센터의 김영옥 센터장(59·여)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섭지만 요양사가 방문하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굶어 쓰러진다”며 “사비로 도시락이라도 사드리고 기저귀라도 갈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다 보니 자가 격리에 들어간 어르신까지 일일이 파악할 여력이 없다. 시 관계자는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대상이 1만 명이 넘었다”면서 “안타깝지만 솔직히 돌봄 어르신들에게 식사가 제공되는지는 확인을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코로나19로 자가 격리된 장기요양 대상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은 대부분 요양보호센터에서 사비로 마련한다. 마스크, 방역복 등도 사비로 마련해야 한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