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파리 특파원
이른바 ‘스마트폰 세대’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시위 현장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시위 중간 중간 짬을 내 현장을 촬영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수시로 트위터에 자국 내 불평등 문제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다. 이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현실은 빨리 바뀌지 않다 보니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요즘 프랑스, 나아가 유럽에서는 ‘스마트폰이 과연 민주주의를 구원할 것인가’, 즉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의 민주주의 기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당초 스마트폰은 대의(代議)민주주의의 단점을 완화할 기대주로 조명을 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국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그렇게 형성된 여론에 따라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는 논리다. ‘스마트폰 민주주의’란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에는 다양한 ‘스마트폰 민주주의’ 실험이 한동안 지속됐다. 스페인 연정의 한 축인 정당 ‘포데모스’는 16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정책을 발의한 후 온라인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네덜란드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일부를 시민들이 온라인 투표로 책정하게 한다. 에스토니아는 온라인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프랑스나 독일 정부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시민 의견 수렴에 적극적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 공공정책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유럽연합(EU) 시민의 60%가량이 현재 민주주의에 대해 불만스럽다고 답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자극적이고 즉각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각종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운 유럽 각국의 정당들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1인당 100만 원 기본소득 등 선심성 복지를 추진한 이탈리아 ‘오성운동’, 성폭력 관련 법률 폐지를 선언한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 난민을 흑사병에 비유한 폴란드 ‘법과정의당’ 등이 대표적 예다.
빠른 것도 좋지만 때론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검색에 능한 스마트폰 세대가 현실은 스마트폰 속 세상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스마트폰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을 찾길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가 허물어질 수 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