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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폰 잡은 미술가들

입력 | 2020-03-02 03:00:00

매퀸 ‘노예’로 아카데미 작품상
슈너벨 ‘바스키아’로 입지 다져… 뱅크시, 미술계 고발 다큐 제작




자신이 연출한 다큐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에 등장한 뱅크시. ⓒ뱅크시

영화 ‘작가 미상’을 위해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며 공을 들였다고 한다. 비록 영화가 개봉한 후 “나 자신이나 화가를 소재로 하지 않기로 했다”며 리히터가 등을 돌렸지만 말이다.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예술가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는 사례도 종종 있다. 영국 출신 작가 스티브 매퀸(51)이 대표적이다. 매퀸은 런던예술대를 졸업하고 1999년 터너상을 받았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포함된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 중 한 명으로도 꼽혔지만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매퀸이 연출한 영화 ‘노예 12년’(2013년)은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 출신 화가 줄리언 슈너벨(68)은 깨진 도자기 조각을 활용한 ‘플레이트 회화’로 이름을 알렸다.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슈너벨 역시 1996년 장미셸 바스키아의 자전 영화 ‘바스키아’를 연출하며 영화계에서 더 큰 입지를 다졌다. 메가폰을 잡은 아티스트 중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가장 파급력 있게 보여준 사람은 얼굴 없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뱅크시다.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년)는 미술 시장의 허위를 신랄하게 드러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빈티지 옷가게를 운영하는 티에리 게타가 ‘스트리트 예술 거장’이 되는 과정을 담는다. 게타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뱅크시의 제안으로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필명으로 전시회를 연다. 뱅크시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를 극찬하는 언론 플레이를 펼친다. 첫 전시에서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그림을 모두 팔아치운다. 그 뒤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것이 바로 ‘선물 가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