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봉하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한 장면. 사진제공|찬란
부산영화제 3관왕 ‘찬실이…’ 5일 선봬
오지호 주연 ‘악몽’ 계획대로 12일 개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하는 영화가 속출하지만 예정대로 일정을 강행하는 작품들이 있다. 2월 극장 관객이 1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개봉하는 몇몇 규모 작은 영화나 독립영화다.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우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매주 신규 개봉작 틈새에서 개봉 일정을 잡는 과정은 물론 상대적으로 개봉을 확정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 시기를 미룬다고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3관왕을 차지한 화제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5일 개봉한다. 제작진은 심사숙고 끝에 예정대로 작품을 공개한다. 관객 감소 등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제작 관계자는 2일 “개봉 첫 주 관객과 대화 등 이벤트는 미루고,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관객과 만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찾고 있다”고 밝혔다.
강말금과 윤여정, 윤승아가 주연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프로듀서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김초희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실직한 40대 여성 영화프로듀서가 인생의 위기를 유쾌하게 극복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등을 통해 작품의 진가가 확인됐지만 예기치 않은 사태로 어려운 시기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12일 개봉하는 배우 오지호 주연의 영화 ‘악몽’. 사진제공|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2월26일 개봉한 외화 ‘젠틀맨’, 2월27일 선보인 이길보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의 전쟁’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개봉일 조정이 그나마 유리한 대형 배급사의 작품이 아닌 데다 저예산 영화라는 특수성이 영향을 미쳤다. 이미 집행한 홍보마케팅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도 반영됐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어려움이다.
오지호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악몽’도 12일 계획대로 개봉한다. 영화감독인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딸을 살리려는 광기를 그린 ‘악몽’은 촬영을 마친 지 햇수로 2년째다. 제작진은 작품 공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개봉키로 했다.
이들 영화 제작진은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영화의 진정성이 관객에 가 닿기를 바라고 있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눈길을 보내 달라는 바람이다. ‘기억의 전쟁’ 배급사 시네마달 관계자는 2일 “어렵지만, 차근차근 오랫동안 작품을 소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극장들도 어려운 상황에 공감하며 방법을 함께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