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없이 녹화를 진행한 tvN ‘코미디 빅리그’(위 사진)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사진제공|tvN·KBS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가 아예 방청석에 앉았다. 방청객을 단 한 명도 초대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악화하고 말았지만 오로지 “장기 결방은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달라진 공개방송 프로그램의 녹화 현장 풍경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는 1일 방영분부터 방청객 없이 녹화를 진행했다. 방청석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과 제작진이 채웠다. 평소 방청객 즉석투표로 결정했던 코너 순위 결정전도 온라인 홈페이지로 공간을 옮겼다. 박성재 책임프로듀서는 2일 “코미디는 관객과 호흡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가장 안전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색깔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엇비슷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최근 녹화분의 유일한 방청객은 ‘진행자’ 유희열이다. 제작진은 방청석 반응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종전 방식 그대로 ‘방청객’ 유희열의 다채로운 표정을 담아냈다. 최근 그룹 여자친구의 무대를 혼자 흐뭇하게 ‘직관’(직접관람)하는 장면이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가 됐을 정도다.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유희열의 부담도 어쩔 수 없이 커지게 됐다.
방청객 호응이 꼭 필요한 또 다른 경연·공개녹화 프로그램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MBC ‘복면가왕’은 최소 인원의 방청객을, KBS 2TV ‘불후의 명곡’은 연예인을 판정단으로 참여시켜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가수다’는 아예 녹화를 잠정 취소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