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강의가 끝나고 노신사에게 들은 얘기가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다. “빈자(貧者)는 현자(賢者)를 낳고, 현자는 부자(富者)를 낳고, 부자는 탕자(蕩子)를 낳고, 탕자는 빈자를 낳는 순환이 세상 이치 같다.” 여담처럼 얘기한 그의 삶은 이 말에 더욱 무게를 실어줬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됐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부자의 삶이 자칫 자식을 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우 검소하고 절제된 삶을 살았고, 그 결과 자녀들이 잘 성장했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아빠 찬스’가 아닌, 철저하게 공정한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는 게 결과도 좋다는 설명이다.
검소함의 다른 한편은 나눔이다. 이 원장은 소득의 10%는 남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실천했다. 10%를 떼어 놓으면 그 돈은 이미 내 돈이 아닌 만큼 기분 좋게 맘껏 쓸 수 있다고 한다. 제주도 자원봉사협의회장, 김영갑 갤러리 후원회장 등 의미 있는 활동에 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다.
얼마 전 김 전 회장을 만나서 들은 경영 성공 비결은 정직. 흥미로운 것은 그가 말하는 정직의 개념이 ‘남을 속이지 않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알고 있으면 반드시 찾아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는’ 적극적인 행위를 뜻한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마음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 그 마음을 돌려주므로 장기적으론 큰 이익이라고 한다. 그는 ‘노력이 덧셈이라면 정직은 곱셈’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큰 숫자도 0을 곱하면 0이 된다는 것. 큰 성과를 이뤘어도 정직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정직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그 역시 정직의 이면은 나눔이다. 기업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한 공로로 ‘성공한 아시아 기업인 50인상’ 등을 수상했다. 자기 돈은 샌드위치 값도 아끼지만 재단 돈을 쓸 때는 수천만 원도 눈 하나 깜빡 않는다고 한다. 그 돈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선거철이다. 불행하게 우리는 차악의 정치인을 뽑는 데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직, 검소, 나눔’을 잣대로 후보들을 평가해 보면 어떨까.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우리 정치판에선 너무 어려운 숙제일까.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