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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시간, 반짝이며 흘러내리다

입력 | 2020-03-03 03:00:00

[동아일보 100년 한국의 床]HAY 모래시계와 동아일보 옛모습 담은 엽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1층 로비에서 열리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한국의 상―Time(시간)’ 전시에는 덴마크 브랜드 ‘HAY’의 모래시계와 본보 안산서고에서 찾은 과거 엽서가 진열된다. 1927년 4월 30일 촬영한 동아일보 옛 사옥(현 일민미술관) 등 다양한 모습이 엽서에 담겼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로운 미래를 담는 그릇’ 한국의 상(床)을 채울 6번째 주인공은 모래시계와 엽서 속 1920년대 동아일보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한국의 상―Time(시간)’전이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 ‘한국의 상’에서 열린다. ‘한국의 상’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의 브랜드 쇼룸이자 개방형 아트 플랫폼이다.

투명한 유리 용기 속으로 떨어지는 금색, 회색, 연분홍색 모래는 동아일보가 걸어온 100년의 시간을 상징한다. 모래시계와 함께 진열된 엽서에서는 1927년 4월 30일 촬영한 동아일보 옛 사옥(현 일민미술관)의 내·외부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반짝이며 흘러내리는 모래는 시간의 흐름을 성찰하게 만든다. 보통의 모래시계에서 볼 수 있는 손잡이도 생략된 단순한 디자인은 오로지 시간을 돋보이게 한다. ‘한국의 상―Time(시간)’의 메인 오브제로 선정된 모래시계 ‘HAY Time’은 덴마크 브랜드 HAY의 대표 상품이다. 2002년 설립된 HAY는 1930∼196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북유럽 디자인의 정신을 젊은 감각으로 승화시켰다. “더 좋은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도록 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모래시계 앞에는 엽서 5장이 전시됐다. 각각 동아일보 옛 사옥의 신축 당시 전경과 내부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장실부터 회의실, 편집국, 영업국, 인쇄장, 활자장(活字場), 사진실, 전화교환실, 안내데스크(객청·客廳) 모습을 담았다. 1920년대 동아일보 기자들이 나무 책상에 앉은 풍경,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활자장,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사장실의 모습이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전화교환실 사진 속에는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거대한 전화기 앞에 앉은 교환수의 모습도 보인다.

이 사옥은 1926년 12월 10일 조선시대 우포도청이 있던 자리에 준공됐다. 준공식이 열린 1926년 12월 11일 동아일보는 ‘오늘부터 새집에서 일을 합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조선의 앞길에 등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늘 서울의 한복판 경복궁 앞이요, 옛날 육조 앞인 황토마루 네거리에 하늘을 찌르듯이 높고 철근 콘크리트로 불에도 아니 타고 지진에도 아니 무너지고 바람비에도 아니 깎일 굉장한 새집으로 옮겨 갑니다.”

이들 엽서는 동아일보 창간호를 비롯해 주간동아, 신동아, 과학동아, 여성동아, 스포츠동아 등 주·월간지는 물론이고 동아방송 자료까지 보관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안산서고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역사 기록을 담은 안산서고는 허가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으며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시는 15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