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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시그마’ 경영혁명… CEO 재임 20년간 매출 5배로 키워

입력 | 2020-03-03 03:00:00

‘세기의 경영인’ 잭 웰치 前GE회장 별세
46세에 GE 역사상 최연소 CEO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시장 1위 아니면 흑자 내도 정리
혹독한 구조조정 ‘중성자탄 잭’ 악명… NYT “美 기업가정신 만든게 유산”




‘20세기 최고의 경영인’으로 불린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2006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강의하는 모습. 그는 1일 신부전증으로 별세했다. 케임브리지=AP 뉴시스

‘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1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2일 뉴욕타임스(NYT)는 “동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잭 웰치가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웰치 전 회장은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아일랜드계 철도기관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애머스트대를 졸업한 뒤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60년 GE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1981년부터 20년간 최고경영자(CEO)로 GE를 이끌었다.

고인은 입사 이후 특유의 방식으로 업무 성과를 올리며 고속 승진했다. 1973년 기획전략실장, 1979년 부회장을 거쳐 1981년에는 46세에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 겸 CEO에 올랐다.

웰치 전 회장은 CEO가 되자마자 ‘불도저식 경영’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실적 하위 10%인 직원을 해고했고, 성과가 없는 임직원도 내보냈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흑자를 내고 있는 부문도 가차 없이 정리했다. “이들을 빨리 내보내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말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취임 직후 5년 동안 11만 명이 직장을 잃으면서 그에게는 ‘뉴트론 잭(Neutron Jack·중성자탄 잭)’이라는 악명이 붙었다. 웰치 전 회장은 자신의 불가피한 선택을 부정적으로만 보이게 한다며 이 별명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경영에도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웰치 전 회장은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인 ‘식스 시그마(Six Sigma)’를 도입했고, 직장 내 업무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료주의적 문화를 없애는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GE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는 1700여 건에 달하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회사를 경영하며 여러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2년 GE 항공기 엔진부는 제트 엔진을 주문받기 위해 이스라엘 장군에게 미 국방부에서 빼돌린 돈 4200만 달러를 제공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다. 수년간 오염 물질을 허드슨강에 버렸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경영 능력만은 외신도 높게 평가했다. 그의 재임 기간 GE는 성장을 거듭했다. GE의 연간 매출은 250억 달러에서 130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시가총액은 30배 이상 늘었다. 그는 ‘세기의 관리자’(포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파이낸셜타임스) 등으로 평가됐다. NYT는 웰치 전 회장 퇴임 뒤 “그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안일한 기성세대를 타파한 ‘화이트칼라 혁명가’였다.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만들어낸 것이 그의 가장 큰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웰치 전 회장은 2001년 GE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40여 개 기업의 인수 합병을 주도했고, 100여 개 기업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자신이 2009년 설립한 잭 웰치 경영대학원에서 직접 강의도 했다. 그는 한국을 여러 차례 찾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 교류했다. 과거 그는 한 강연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말한다면 정주영 회장이 떠오른다. 정 회장과 과거 함께 팔씨름을 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5년 마지막 도서인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The Real-life MBA)’에서는 기존의 ‘불도저식 리더’와는 상반되는 ‘관대한 리더’를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혁신하는 세계에서는 유능한 직원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마음껏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어떤 장애물이라도 제거해야 한다며 새로운 방식의 ‘관료주의 타파’를 주장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