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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9일 제2화물터미널 인근의 D5유도로를 F급(초대형) 항공기(A380-8, B747-8i) 11대를 세울 수 있는 장기 주기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의 운항중단이 속출하면서 띄우지 못하고 세워놓는 항공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도로는 항공기가 터미널과 활주로를 오갈 때 지나는 길로, 일시적인 악천후나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주기장으로 전환된 건 인천공항 개항 후 처음이다.
인천공항공사 집계 결과 코로나19가 중국에 국한됐던 1월 14일에는 항공기 134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2월 25일에는 164대, 이달 2일에는 173대로 늘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쓰는 대한항공은 2터미널 주기 공간이 부족하자 일부 항공기를 제1여객터미널로 옮기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항공 수요 감소에 맞춰 비행기를 소형으로 바꿔 투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에 띄우던 A380-8(407석)을 2일부터 14일까지 B777-300(277석 또는 291석)으로 바꾸는 등 미국노선 좌석 공급을 줄였다. 아시아나항공도 일본 도쿄(나리타)와 후쿠오카 등 중대형기가 들어가던 단거리 노선의 기체를 A321 등 소형기로 바꿨다. 소형기를 운영하는 LCC들은 아예 운항을 못하는 노선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는’ 비행기가 늘면서 유도로까지 차지하게 된 것이다.
국내 LCC의 주력기인 B737로 인천~베트남 다낭을 왕복하려면 유류비와 항공기 임차료, 인건비 등을 포함해 최대 1억 원의 비용이 든다. 왕복 운임을 60만 원으로 가정하면 적어도 150명 이상을 태워야 비용이라도 건지지만 최근까지 탑승객은 10명이 채 안됐다. 이런 적자 노선을 하루에 수십 편 씩 띄우는 것보다 B737의 한 달 주기료 1400만 원을 공항공사에 내고 세워 놓는 게 낫다는 게 항공사들의 판단이다.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세워뒀을 때 드는 비용은 사실 주기료만이 아니다. 한국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주로 임차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으면 그저 임차료만 빠져나가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임차율이 각각 47%와 62%이다. 제주항공 등 LCC는 100%에 가깝다. 미국 아메리칸항공(41%)이나 일본항공(JAL·13%)보다 높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여행수요가 줄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항공사가 버티는 건 국내선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국제선에서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될수록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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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과정에 있고 대한항공은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는 등 항공업계가 구조조정 상태에 들어가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하늘길이 막히자 여행업계도 2월 상품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0% 수준에 그쳤다. 하나투어 85%, 모두투어 77%의 감소율을 보였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출근해 하루 종일 예약 취소 업무를 봤는데 이번 달은 취소할 예약건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순환휴직을 실시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많은 여행사가 도산 위기에 놓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는 50곳에 이른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