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은 3일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며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날 올해 들어 첫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청와대가 강한 우려를 표명하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주로 대화를 위한 특사 역할을 맡았던 김 부부장이 처음으로 직접 비난 담화문을 내면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 역시 장기간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후 담화문을 내고 전날 북한의 타격 훈련에 대해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제 넘는 실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타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청와대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인,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선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며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