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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탈레반 지도부와 통화…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의사 재확인

입력 | 2020-03-04 19:53:00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의 이틀 만에 아프간 공격을 재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부와 통화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관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탈레반 정치부문 최고책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통화하며 아프간 주둔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바라다르에게 “당신들은 강인한 사람들(a tough people)이고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다. 당신들이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달랬다. 이어 “우리는 그곳(아프간)에서 19년이나 있었다. 이제 아프간에서 외국군이 철수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미군 철군 의사를 재확인하며 탈레반에 군사공세를 멈추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부와 직접 통화한 것은 2001년 아프간 침공 이후 처음이다. 탈레반 측은 미국이 아시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달 29일 ‘도하 합의’에 서명하며 아프간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양측은 탈레반이 무력행위를 중단하면 아프간 주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을 14개월 안에 전원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현재 1만3500명인 아프간 병력을 135일 안에 86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문제는 탈레반 반대로 당사국인 아프간 정부가 합의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탈레반은 아프간 중앙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프간에 의해 억류된 탈레반 포로 5000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을 합의에 포함했다. 아프간 정부는 즉시 반발했고, 미 언론과 정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위해 무리하게 합의를 밀어붙였다는 우려가 나왔다. 탈레반이 2일 아프간 공격을 재개하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