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 엄중” 끝내 사양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3일 퇴임한 조희대 대법관(63·사법연수원 13기·사진)은 준비했던 퇴임사에 이런 구절을 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대법관 취임식 때 썼던 문장을 다시 인용하며 6년 전을 되돌아본 것이다. 하지만 조 대법관의 퇴임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조 대법관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퇴임식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간소하게라도 퇴임식을 열자고 3차례나 요청했지만 끝내 사양했다고 한다. 동료 대법관들은 “후배 법관들이 볼 수 있도록 퇴임사를 법원 내부망에라도 남겨 달라”고 했는데 조 대법관은 “조용히 떠나고 싶다”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3일 오전 10시 조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11층 대접견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이 자리에서 1시간가량 대화하며 6년간 대법관으로 근무한 소회를 얘기하고 인사를 나눴다. 오전 11시경 동료 대법관, 재판연구관들의 환송을 받으며 대법원을 떠났는데 기념 촬영도 하지 않았다.
조 대법관은 퇴임 하루 전 소부 선고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에는 소부 선고를 하지 않지만 조 대법관이 “맡은 사건 중 끝낼 수 있는 건 끝내고 가고 싶다”고 해 이례적으로 선고를 했다고 한다. 경북 경주 출신인 조 대법관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조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 대법관 후임인 노태악 대법관(58·사법연수원 16기)은 4일 취임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