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사회부 기자
2013년 교직에서 은퇴한 한해수 씨(72)는 최근 한 달 가까이 집에만 머물렀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등산 가는 게 큰 낙이었지만 꾹 참고 있다. 다른 약속도 아예 잡질 않았다. 한 씨는 “평일엔 서울 고궁을 도는 게 취미였지만 다 포기했다”며 “앞으로도 2, 3주는 더 견뎌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3일 오전도 점심 식사를 앞두고 연락이 왔지만 “이럴 땐 안 만나는 게 국가에 협조하는 길”이라며 만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라앉질 않으며 사회생활에 적극적이던 ‘액티브 시니어’의 일상도 완전히 바뀌었다. 대부분 현 상황에 한숨지으면서도 누구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한다. 외부 모임뿐 아니라 가족 행사도 뒤로 미룬다.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지인의 안전을 위해서다.
어르신들의 결심은 상찬 받아 마땅하다. 사회와 나라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한데 문제는 따로 있다. 사회생활에서 삶의 에너지를 찾는 어른들이 기약 없는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며 집에만 있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김 씨도 “매일 20시간 이상 홀로 있다 보니 그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어르신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럴수록 심리적 지원이 중요하단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소셜서비스 등에 능숙해 격리 기간에도 어느 정도 고립감을 해소한다. 하지만 대면 접촉에 익숙한 어르신들은 사회적 고독이 버거울 수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이 ‘전화 심리상담’을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 봤다. 코로나19로 많은 시설이 휴관했으니 상담 인력 찾기가 어렵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3일 세종시 치매안심센터가 심리상담에 나섰더니 대번에 효과가 나타났다. 복지사 A 씨의 전화를 받은 한 할아버지는 “코로나19로 힘들 텐데 잊지 않고 전화해줘 고맙다”고 했다.
“홀로 계시던 어르신들일수록 얼마나 외로우시겠어요. 별말도 아니에요. ‘아프신 데 없나요’ ‘끼니는 잘 챙겨 드세요’ 몇 마디에 마음을 여십니다. ‘고생이다’라며 제 걱정을 해주는 분들도 많아요.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아요.”(복지사 A 씨)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