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 “깨끗하게 사용한 일회용 마스크, 다시 쓰기전 건조시키면 괜찮아” “수급 실패하자 이제 말바꿔” 지적… 의협 “의학적으로 재사용 권장안해”
‘마스크 대란’이 심해지자 정부가 새로 내놓은 마스크 사용 지침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고, 일회용 마스크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마스크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으니 가급적 적게 쓰라’는 사용 지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3일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개정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공개했다. 개정 권고사항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깨끗하게 사용한 경우라면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 사용 후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충분히 건조시키면 된다는 것. 감염 우려가 적다면 면 마스크도 권장된다. 지난달 발표한 권고사항에서는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과 면 마스크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식약처의 방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다르다. WHO는 면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험 결과 면 마스크도 비말(침방울) 감염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도 (일회용 재사용) 지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시적인 사용 지침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식약처 스스로 ‘임시방편’임을 인정한 셈이다.
개정 권고사항에 대해 “정부가 마스크 수급에 실패하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TV를 틀면 대통령부터 장차관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권고안을 바꾸니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재사용은 의학적으로 권장할 수 없다. 식약처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도 보건용 마스크를 종일 착용할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게 아니라면 면 마스크나 덴털 마스크(치과 의료진 등이 쓰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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