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아연극상 연기상 성노진
성노진 배우는 “외모 콤플렉스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제 성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연극에 빠졌다. 그런데 무대에 오를수록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좋은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며칠 전 삼킨 임플란트(치아)를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기적적으로 찾았습니다. 상도 받고 치아도 찾은 이날을,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올 1월 제56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배우 성노진(48)의 수상 소감은 좌중을 크게 웃겼다.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밥을 먹다가 빠진 임플란트를 삼켜버린 그는 치과를 찾았다. 의사는 새 의치(義齒)를 권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후 매일 오전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시상식 날 변기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그것’을 찾았다.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성노진은 “말썽을 일으킨 임플란트를 치약으로 잘 닦아 보관하다 지금은 다시 잇몸에 끼웠다. 두 가지 기적이 한꺼번에 일어난 그날은 연기를 하다 지칠 때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성노진은 선천적으로 치아와 잇몸이 약했다. 그의 주치의는 “배우를 하기엔 하관이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소리치며 대사를 뱉거나 어금니를 꽉 깨물며 힘쓰는 연기를 할 때 남들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내야 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의 잔소리는 오히려 연기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했다. 장기공연과 연습을 마친 뒤에는 습관처럼 병원을 찾아 무너져 내린 잇몸을 치료했다.
“제가 작품에서 빛나거나 연기가 탁월해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것이 플러스알파가 돼 인정받지 않았을까요.”
한없이 몸을 낮추던 그도 수상 이후 주변의 반응을 묻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동아연극상의 ‘미덕’이라고 표현했다.
“술자리에서 후배 하나가 ‘동아연극상 받은 선배 처음 봤다’며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저를 잘 모르던 선배들도 ‘너 조명도 달고 망치질도 하더니 연기도 하네’라며 제가 배우라는 걸 아셔서 좋습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친 동아연극상에 제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어깨도 쫙 펴지죠.”
연극은 끝이 없고, 연극을 정의하기도 힘들다는 그도 ‘늘 하던 대로’라는 연기 지론만큼은 확고했다. 그는 지난달 막을 내린 초연작 ‘마트료시카’에 이어 6월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연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