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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배’ 6개 시군 묶어 의원 1명이라니…‘공룡 선거구’에 여야 폭발

입력 | 2020-03-04 12:59:00

전혜숙 국회 행안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관련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장정숙 민주통합의원모임 의원, 전혜숙 위원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3.4/뉴스1 © News1


서울 면적의 8배가 넘는 ‘공룡 선거구’ 탄생 가능성을 놓고 정치권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날(3일) 국회에 제출한 4·15 총선 선거구획정안에 따르면 강원도는 기존 강릉을 비롯해 동해·삼척,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속초·고성·양양,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에서, 강릉·양양을 비롯한 동해·태백·삼척, 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으로 조정돼 1곳이 줄어든다.

춘천시가 갑·을로 분구되면서 강원 전체로는 기존 8개 선거구가 유지되지만,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이 1개 선거구로 묶이는 ‘공룡 선거구’가 등장할 판이다. 이들 6개 시·군의 면적을 합치면 4922㎢로 서울시 면적(605㎢)의 8.14배다.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군도 하나의 선거구로 묶였는데, 5개 군의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6628㎢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날 선거구 획정안을 보고받고 “(강원의) 6개 시군을 묶는 것은 법률(공직선거법)에 배치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선거법 제25조 2항은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에 있어 제1항제2호의 인구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위법한 획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유 공동대표는 “농산어촌을 배려하라고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에 명시돼 있지만, 특정 지역의 경우 20대(총선)에서는 5개 시군이 하나로 묶인 것도 모자라 21대(총선)에서는 6개 시군이 하나로 묶이는,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며 “일반적으로 잘못된 것을 넘어 선거법 제25조 2항을 전면적으로 위반하는, 위법한 획정”이라고 주장했다.

허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원도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획정안”이라고 주장했다.

강원 속초·고성·양양이 지역구인 이양수 통합당 의원도 이날 성명서에서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기형적인 선거구 조정으로,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은 지역 분권과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원도민의 힘을 모아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반영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여야의 반발이 극심해 개정안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선거법상 국회는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을 수정할 수 없지만, 선거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사유가 있을 경우 행안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획정위에 한 차례에 한해 획정안 재의를 요구할 수는 있다. 법 위반 사유가 없다면 획정안이 반영된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국회가 획정위에 재의를 요구해도 선거구 간의 인구 편차를 2대 1로 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우선돼 선거구 재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농어촌 지역의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기마다 ‘농어촌특별선거구’ 설치를 추진했지만, 비농어촌 의원들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된 사례가 있는 만큼 국회가 스스로 농어촌특별선거구 등의 설치로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