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1071일만에 첫 자필 메시지

유영하 변호사 통해 A4용지 4쪽 옥중서신 공개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필 옥중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정권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를 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면서 자신의 탄핵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합친 통합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 통합을 더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과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를 통합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각론에선 서로 다른 얘기를 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공화당 등은 더 이상 박 전 대통령 이름을 팔면서 정치하지 말고 통합당으로 들어가라는 게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입당의 문은 열려 있고,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통합당으로 몰아줄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중도 확장에 방점을 두고 태극기 세력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자연스러운 태극기 세력 흡수가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 조 대표는 “공화당 예비 후보자가 7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통합당이 (공천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통합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했다. 친박신당 홍문종 대표는 “결정은 통합당에 달렸으며 합당보다는 연대가 효과적”이라고 압박했다. 그래서 야권에선 “일부 비례대표 추천권 부여 또는 특정 지역구에 대한 원포인트식 선거 연대가 가능한 협상선이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유승민계가 반발하거나 ‘통합당은 도로 박근혜당’ 이미지가 강화되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구 후보를 포기하면서 통합당과의 ‘반문(反文) 선거연대’를 사실상 선언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은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을 지양하라”(이승훈 대변인)며 경계하기도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