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값싼 중국산 쓰던 중소업체 한숨
수도권 공장 4곳 찾아가보니 1곳 셧다운… 3곳도 “얼마 못버텨”
“우리 공장도 내일부터 성인용 마스크는 ‘셧다운(조업 중단)’이에요. 필터 수급이 전혀 안 되고 있어요.”
충북 진천군에서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4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는 내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 업체는 지금까지 생산설비 7대로 매일 약 24만 장의 마스크를 제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마스크 수요가 늘자, 직원을 2배 늘리고 야간조도 새로 꾸리며 대응한 덕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24시간 풀가동’하던 공장은 원자재 수급에 발목을 잡혔다.
3일 동아일보가 수도권에 있는 제조업체 4곳을 방문했더니, 이미 한 업체는 필터 공급이 끊겨 생산을 멈춘 상태였다. 아직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나머지 3곳도 “원자재가 부족해 이달 중순까지 버티기도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약 130곳 가운데 약 70%는 국내에서 생산한 MB 필터를 쓴다. 문제는 주로 영세 규모인 나머지 30%다. 이 업체들은 대체로 국산보다 50% 이상 저렴한 중국산을 써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산은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수입한 필터용 부직포는 약 1340만 달러(약 159억 원)어치.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2916만 달러보다 54%나 줄었다.
국산을 써왔던 업체라고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MB 필터의 생산설비는 대당 가격이 2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새로 설비를 들여놓은들 완제품 생산까지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업체로선 설비를 증설하기도 어렵다. 경기 포천시에 있는 한 MB 필터 제조업체는 “현재 공급이 100이라면 수요가 600 정도다. 기존 거래처에 물량을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했다.
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