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위원회 ‘중국의 해외공작’ 보고서… “교포 동원해 여론·정책 좌우한다” 대만은 美와 공조해 대선 개입 막아 “중국이 인터넷 여론 조작” 의혹… 진위 규명해야 民主선거 지킨다
김순덕 대기자
월요일 브리핑 때 기자들이 입장을 묻기는 했다. ‘중국의 조직적 여론 조작 및 국권 침탈 행위를 엄중히 수사하라’는 청원은 중국발 트래픽 증감을 지적하며 중국의 인터넷 댓글 공작에 대한 대응을 촉구한 충격적 내용이다. 주말 동안 포털 사이트를 도배한 ‘조선족 댓글부대’ 주장과 맞물려 코로나19의 공포를 잠시 잊게 했을 정도다.
가짜뉴스 퇴치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청와대가 모범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 게시판에는 주요 내용이 허위 사실이면 답변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는데 모처럼 속 시원한 반응이었다.
물론 조선족이라고 해서 댓글을 달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른 작업일 경우엔 문제의 차원이 달라진다. 책임 있는 청와대 당국자라면 차이나의 ‘차’자만 나와도 펄쩍 뛸 게 아니라 “진상을 소상히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해야 마땅한 이유다. 투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계의 여론에 개입해 중국몽(夢)을 구현하는 것이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공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2018년 8월 24일 발표한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 보고서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모를 리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를 획기적으로 확대 개편해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마법의 비밀 병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201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폭로한 바 있다.
지구촌 곳곳의 중국 교포와 유학생들을 동원해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건 기본이다. 거부하면 비밀요원에게 찍힌다는 외신도 있다. 정치인과 관료, 학자들을 음성적 자금이나 이권으로 사로잡아선 중국 관련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통전부 임무다. 호주가 지난해 외국영향력투명화법, 대만이 올 초 반(反)침투법을 발효시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기 위해 중국이 남의 나라 선거에 개입한다는 데는 모골이 송연해진다. 2018년 말 마코 루비오 등 미 상원의원 6명은 “중국공산당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뻗쳐 반(反)중국적인 집권당을 패배시켰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워싱턴에선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비해 덜 알려진 중국의 선거 개입이 우방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어 더 위험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만과 캄보디아, 뉴질랜드 선거까지 손을 뻗친 중국이 턱밑의 한국에 대해선 손놓고 있다고 믿기는 참으로 어렵다. 국내에 한국말을 아는 중국 교포가 34만 명, 중국인이 21만 명이다(2019년 등록외국인). 이 중 조선족과 유학생 일부가 댓글조직으로 활동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일 수 있다. 만에 하나, 청와대가 이를 알고 있다면 미국을 들끓게 했던 러시아게이트처럼 차이나게이트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1월 재선은 미 국방부와의 공조를 통한 중국 개입 방지, 페이스북 등의 자정(自淨), 그리고 시민사회의 눈을 부릅뜬 감시가 있어 가능했다고 미 외교위원회는 분석했다. 미래통합당이 댓글에 국적 표시하는 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정도로는 턱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통전 공작이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 국운을 건 실태 파악을 문재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