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포정동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넣어둔 공적 마스크. 독자 제공
명민준 사회부 기자
대구 서구 주민 김모 씨(34)는 얼마 전 아파트 현관문에 붙어 있던 마스크 1장을 보고 당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론 매체들은 연일 마스크 대란을 보도했다. 김 씨는 “대구시가 기부를 받은 마스크를 통장들이 급하게 나눠줬다고 한참 뒤에야 들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겠지만 견물생심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런 배부 방식은 탈이 났다. 대구지방경찰청은 3일 대구시가 각 가정에 나눠줬던 마스크 223장을 훔친 5명을 절도 혐의로 붙잡았다. 이들은 아파트, 빌라 등의 우편함에 들어 있던 이웃집의 마스크를 훔쳤다. 경찰 조사에선 “내가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경찰은 당분간 이런 절도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해 전담팀을 편성했다.
다행히 앞으로 배부할 때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중구는 마스크를 낱개로 포장할 때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별도의 포장지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포장지 모양도 예쁘게 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달서구는 현재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쁘다. 5장이나 10장씩 묶음으로 포장된 마스크를 가구 인원에 맞춰 배달한다. 이렇게 하면 포장을 뜯지 않아도 된다. 수성구는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마스크를 배부할 때 같이 넣는다. 한두 장의 마스크를 받아도 진심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대구시는 앞으로 480만 장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1인당 두세 장씩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동사무소에서 공급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날짜와 시간을 정해 마스크를 나눠주면 혼란을 줄이고 도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이나 장애인들에겐 직접 방문해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때다. 더 이상 공적 마스크 배부와 관련해 오해하고 갈등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쉽게 시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라도 어루만져줘야 하지 않을까. 소통은 이럴 때 필요하다.
명민준 사회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