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View]이동하 ‘레드피터’ 대표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레드피터 사무실에서 이동하 대표가 지난 6년간 제작한 영화 포스터 앞에 섰다. 이 대표는 “올해 공상과학을 소재로 한 ‘서복’과 ‘승리호’, 뮤지컬을 영화화한 ‘영웅’ 등 여러 제작사에서 만든 다양한 영화가 나온다. 한국 영화의 장르가 확장되는 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제 필모그래피를 보고 좋게는 스펙트럼이 넓다고 하는 분도 있고,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하하.”
지난달 27일 레드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동하 대표(51)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가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영화를 접하고 싶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8대학과 파리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과 영화를 전공했다. 유학 시절 변혁 감독의 영화 ‘인터뷰’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처음 상업 영화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 ‘여행자’, 이창동 감독의 ‘시’,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의 프로듀서를 거쳤다.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중 ‘앰뷸런스’ ‘고양이’ 같은 호러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레드피터’가 제작해 1156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에서 석우(공유)가 좀비들로부터 딸 수안(김수안)을 필사적으로 지키는 장면. 레드피터 제공
“어느 날 아침 연상호 감독이 전화를 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몸을 실은 부산행 KTX에 감염된 여학생이 타는 얘기 어때요?’라고 하는데 듣자마자 끌렸어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 본 곳이 없으니 우선 제작사를 세워서 우리끼리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죠.”
대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메시지가 강한 영화도 겁 없이 택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의 민감성 때문에 투자사가 결정을 번복했고, 배우 캐스팅이 좌절되기도 했다.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도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투자사와 배급사, 배우들까지 ‘용감한 선택을 내려줬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생일은 하루 2만∼3만 명씩 더해져 관객 100만 명을 채웠어요. ‘세월호에 지쳤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영화관을 찾아준 관객들의 힘이 컸죠. 저에겐 1000만 같은 100만이에요.”
“무거운 주제와 초능력 사이의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 저렇게 만화처럼 날아다니고 끝나는 거야?’라는 허무함을 줬을 수 있죠. 완성도보다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른 이야기를 통해 풀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레드피터는 올여름 ‘부산행’의 후속작인 ‘반도’를 개봉한다. ‘부산행’ 4년 뒤 좀비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한반도에 정석(강동원)이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연 감독과 이 대표가 손잡은 세 번째 영화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호흡이 길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드라마로도 만들 예정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온 건 용기라기보다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잘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될 수도 있어요. 제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관객에게도 메시지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는…
△1969년 출생
△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 파리3대학 대학원 철학 영화 전공
△2010년 이창동 감독 ‘시’, 2013년 장준환 감독‘화이’ 프로듀서
△2014년 ‘레드피터’ 설립, ‘부산행’ ‘염력’ ‘생일’‘미성년’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