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 건축상 받은 아일랜드 이본 패럴-셸리 맥나마라

[1] 페루 리마 공업기술대. 도시와의 접점을 살짝 틔운 채 북쪽 대로변을 차단하고 남쪽 공간을 바다를 향해 활짝 열었다. [2] 이탈리아 밀라노 루이지보코니 상경대. 건축가들은 “대로변 창 아래 홀 공간을 도시와 대학 사이의 필터로 두었다”고 했다. [3] 지난해 영국왕립건축가협회상을 받은 아일랜드 나반 솔스티스 아트센터. 사진 출처 graftonarchitects.ie
올해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일랜드 건축가 이본 패럴(69)과 셸리 맥나마라(68)가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전한 소감이다.
세계 건축계의 최고 영예인 이 상을 여성 2명이 받은 것은 1979년 제정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심사위원단은 “두 건축가는 기후 등 자연 요소를 민감하게 고려해 건축 공간과 조화시켜 왔다. 언제나 정직한 과정을 고수하는 디자인으로 사려 깊은 공간과 디테일을 빚어냈다”고 평했다. 이어 “남성들이 주도해온 건축업계에서 후배 여성 건축가들에게 귀감이 되는 업적을 쌓아올린 개척자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20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인 아일랜드 건축가 이본 패럴(왼쪽)과 셸리 맥나마라. 사진 출처 pritzkerprize.com
‘자유 공간’을 주제로 삼아 “지구를 가장 중요한 건축주로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그해 비엔날레는 큰 호평을 얻었다.
더블린 노스킹스트리트 공동주택(2000년), 페루 리마 해변의 공업기술대(UTEC) 캠퍼스(2015년)는 두 건축가의 인본주의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리마 UTEC는 고속도로 위로 쏟아질 듯 깎아지른 절벽을 닮은 북쪽 외관과 해변의 하늘을 가득 품어 안듯 열어놓은 남쪽 외관의 대조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두 건축가는 대로 쪽에 드라마틱한 형태로 올린 외벽 너머 공간 하단에 강당과 영화관을 배치해 도시와의 접점을 이루게 했다. 남쪽에는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린 계단식 정원을 두어 배움의 공간에 머무는 이들의 품에 바닷바람을 안겼다.
심사위원단은 “설계와 시공 예산이 넉넉하게 주어지지 않은 프로젝트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낸 공간이 보여주는 섬세하고 치밀한 디테일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안긴다”고 평했다. 두 건축가는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의 정교함에만 건축의 성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한 건축물을 방문할 때 무언가 결여된 것을 자주 느낀다.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매일의 일상에서 표현하고 싶은 안무(按舞)를 대신하는 건축을 추구하려 한다. 건축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숙이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