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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사건]매크로 돌려 마스크 싹쓸이 ‘최대 8배’ 폭리…CCTV에 딱 걸려

입력 | 2020-03-05 18:48:00


매크로 프로그램(매크로)를 이용해 온라인에 저가로 나온 보건용 마스크를 싹쓸이해 비싸게 되팔다가 경찰에 붙잡힌 남성이 중간브로커들에게 물건을 납품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남성으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은 이들은 웃돈을 받고 이를 마트 등에 되팔아 최대 8배에 이르는 폭리를 취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저가로 판매하던 마스크를 매크로를 이용해 대거 사들였던 남성 이모 씨(28)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씨는 친구 등에게서 빌린 IP주소 8개를 이용해 마스크를 약 9500여 개 사들인 혐의(업무방해)다.

매크로는 특정 작업을 반복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로, 온라인 티켓 예매를 위한 클릭 작업이 자동으로 반복되도록 한다. 쿠팡은 매일 1인당 2회, 2박스 등 구매 제한을 뒀지만, 이 씨는 교묘하게 이를 피해 판매 행위를 방해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동아일보가 5일 단독으로 입수한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이 씨가 매크로를 돌려 저렴하게 사들인 마스크를 브로커들에게 2배 이상 비싼 값에 되파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스크 등으로 인상착의를 가린 브로커들은 주민이 현관 출입을 하지 않는 시각을 골라 마스크가 든 박스 수십 개를 이 씨의 집에서 차로 옮겼다. 운반을 마치고 이미 여러 차례 해본 듯 비용을 지불했다.

이 씨로부터 마스크를 구입한 브로커는 이를 개인이 운영하는 마트 등에 웃돈을 얹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에서는 또 다시 가격을 부풀렸다.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 팔린 마스크는 최초 쿠팡에서 팔던 가격보다 최대 8배 이상 비쌌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지능팀은 송파구에 있는 A 마트에서 마스크 수천 장을 개당 최대 8000원에 팔고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했다. 약 10분 만에 수량이 동이 나자 구매하지 못한 한 주민이 신고했다.

경찰은 마스크의 출처를 캐물었지만, 마트 사장은 처음에 “지인에게 구했다”며 둘러댔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이 마트 쓰레기통에서 다량의 쿠팡 마크가 찍힌 포장지를 발견했다. 이후 다음날인 29일 배송지가 적힌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 씨를 검거했다. 이 씨의 집에는 쿠팡에서 저렴하게 사들인 마스크가 박스 수십 개로 쌓여있었다.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시작된 뒤 국내에서 마스크 매점매석에 매크로를 이용하다가 붙잡힌 첫 번째 범죄 사례다. 경찰은 쿠팡으로부터 매크로로 의심되는 인터넷주소(IP주소) 100여 개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