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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법 부결에 국회 파행…케이뱅크 ‘개점휴업’ 장기화 불가피

입력 | 2020-03-05 22:08:00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적295인, 재석184인, 찬성75인, 반대82인, 기권27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2020.3.5/뉴스1 © News1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운명을 좌우할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마지막 관문에서 좌절됐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5일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이 재석의원 184명 중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KT 특혜법’이란 비판 속에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이어져 온 케이뱅크의 ‘개점휴업’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당초 개정안은 여야 합의를 거쳐 올라온 만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불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반대토론을 이어가면서 범여권에서 막판 반대·기권표가 쏟아졌다. 박광온·남인순·박주민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도 반대표를 던졌고 정의당과 민생당에서도 대거 반대표가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여야 간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 본회의에서 깨졌다”며 격분했다. 여야 합의로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들인 만큼 통합당이 처리를 요구한 인터넷은행법과 민주당이 요구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패키지’로 연이어 처리하기로 했는데 법안 순서가 갑작스레 바뀌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만 처리되고 인터넷은행법은 부결됐다는 주장이다.

정무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본회의 정회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기들(민주당)이 요구한 건 받아먹고 다른 건 부결시켰다. 앞으로 진행될 혼란과 경제사회적 피해는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국회의장 재량으로 (안건 순서가) 바뀐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간 합의를 파기하고 신뢰를 배반하는 작태는 도저히 용서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회의장실은 “국회의장은 본회의 진행 순서에 일체 관여한 적이 없다”며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후 의사국을 거쳐 부의된 순서 그대로다”고 공지했다.

민주당은 “당 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안 접수 과정에서 순서가 바뀌었다”며 “우리도 통과를 예상하고 의원들에게 자유투표를 하라고 했던 건데 부결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윤후덕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에서 이뤄진 여야간 협의를 당 지도부가 존중하는 것이 정치적인 신뢰”라며 “부결된 인터넷은행법은 다음 회기 때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공개 사과하기로 하고, 부결된 법안은 4·15 총선 이후 열리는 첫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통합당이 부결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나가면서 밀린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렸던 이날 본회의는 상정된 안건 183건 중 23개(13%) 밖에 처리하지 못한 채 1시간 반 만에 파행됐다. 여야는 6일 본회의를 다시 열고 최대 관심사였던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 사업법 개정안과 선거구 획정안 등을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 부결로 국회가 또 한 번 ‘혁신금융’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투자하는 기업은 대부분 포털을 운영하거나 인터넷 전문 산업자본인데 현실적으로 공정거래법 및 독점 관련 법률에 대부분 묶여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핀테크 규제 1호 법안인 인터넷은행법이 여기서 좌절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