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8개 돌려가며 쇼핑몰 접속
1000원짜리 특가제품만 사들여 마트 등에 최대 4배로 되팔아
경찰, 7명 체포… IP 110개 추적, 서울대 연구실 IP주소도 포함

서울 송파경찰서는 5일까지 매크로로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에서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를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챙겨온 7명을 수도권 일대에서 검거했다. 매크로는 특정 작업을 반복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로, 클릭부터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작업이 반복되도록 한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 이들은 PC를 통해 매크로를 돌려 쿠팡이 불시에 특가로 판매하는 마스크를 800∼1500원에 각자 1만 장 가까이 사들였다. 이렇게 구매한 마스크는 브로커와 개인 마트 등에 2∼4배 가격으로 되팔았다.
국내에서 마스크 매점매석에 매크로를 이용한 범죄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송파구의 A마트에서 마스크 3000장가량을 5000∼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했다. 약 10분 만에 수량이 동이 나자 구매하지 못한 한 주민이 신고했다.
경찰은 마트 사장에게 마스크의 출처를 캐물었지만 사장은 처음엔 “지인에게 구했다”며 둘러댔다고 한다. 하지만 마트 쓰레기통 등을 뒤진 경찰은 다량의 쿠팡 배송 마크가 찍힌 포장지를 찾았다. 이 배송지를 역추적해 29일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송파경찰서는 이 아파트에서 지인에게 빌린 IP주소 8개를 돌려서 마스크 9500여 개를 사들인 이모 씨(28)를 검거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는 저가에 사들인 마스크를 마트와 브로커 등에게 2∼4배 비싸게 되팔았다. 경찰은 이를 구입한 브로커 등이 가격을 부풀려 시민들에게 재판매한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이 씨에 이어 3일 저녁 서울 관악구와 강동구에서도 유사한 수법으로 범행한 20대 남성 2명을 잇달아 붙잡았다. 4일에는 수도권 도처에서 4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거쳐 유통된 마스크가 최소 100만 개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먼저 IP주소 100여 개의 수사를 마친 뒤에 다른 의심 IP주소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