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89, 1990년 종합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 기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지음/308쪽·1만3800원·북스코프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
삼성 이병철 회장의 ‘호암자전’(1986년)이 효시였다면 1991년 ‘그대의 야심, 첫 번째’는 현대건설 이명박 회장의 이야기를 소설로 다뤘다. 그해 말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가 화제작이 됐고, 그 다음 해에는 당시 럭키금성 구자경 회장이 ‘오직 이 길밖에 없다’를 펴내며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명박 회장의 ‘신화는 없다’,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과 ‘생각의 속도’, 안철수의 ‘영혼이 있는 승부’ 등도 종합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면서 ‘경제인 자서전=베스트셀러’라는 공식을 만들어 나갔다.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 문장이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큼 나쁜 일도 드물다.” 물론 지금 봐도 절절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소명감, 젊은이에 대한 애정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언제 누구한테 도움을 받게 될지 모르니 사람을 폭넓게 사귀고 같이 ‘윈윈’하라는 충고도 새겨둘 만하다.
김 회장은 이후 ‘세계경영’을 선언하면서 동유럽으로 진출해 ‘김기즈칸’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재계 2위로 올라선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9년 그룹은 해체에 들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던 저자는 지난겨울 영면에 들었다.
책을 덮으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우리는 성공한 기업인의 책에서 무엇을 보려고 한 걸까.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