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감염병에 맞서 싸우는 3가지 무기
먼저 ‘가짜 먹이’ 전략이 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생체물질과 아주 비슷한 구조의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법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다 실패하고 코로나19용으로 다시 임상시험에 들어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렘데시비르는 화합물로, 몸에 들어가면 인체의 효소에 의해 구조가 변형된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요한 효소의 작동을 방해한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세포 내부에서 증식을 하고 다시 빠져나와 다른 세포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몸 안에 퍼져나간다. 이를 위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의 게놈을 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효소의 작동을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은 렘데시비르 외에 현재 중국과 한국 등에서 치료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칼레트라는 복제효소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분해 효소를 억제해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코로나바이러스만의 고유한 구조 특성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막는 전략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왕관(코로나)’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표면의 돌기 구조(스파이크 단백질)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인지해 결합하며,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게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만이 가진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연구 중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2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연구’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기존에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다른 질병 대상 항체 가운데에서 코로나19의 세포 침입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항체를 찾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특정 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로, 향후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이렇게 찾은 항체 후보 3종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윤신영 ashilla@donga.com·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