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포, 불안, 분노는 같은 집안의 감정들입니다. 뇌의 한가운데 위치한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편도’라는 기관이 조절하는 생존을 위한 가장 본능적인 감정들이죠. 편도는 신체적인 안전이나 사회적 가치를 위협받을 때 활성화됩니다. 처음 나타나는 감정은 불안입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감지하고 긴장하는 것이죠. 우리를 위협하는 가해자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불안은 공포가 되고, 이기거나 비길 수 있다면 분노가 됩니다.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공포를 조절해야 합니다. 공포는 시야를 좁혀서 성급한 판단과 과잉반응을 하게 만드니까요. 위기일수록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안전을 최대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염 가능성과의 접촉,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 ‘사회적 거리 유지’죠.
마지막은 분놉니다. 이건 쉽지 않죠. 분명히 당하기는 당했는데, 책임을 지울 곳이 불확실합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당분간 참아야 하죠. 요즘 논설들을 보면 의사보다 의학에 더 해박한 분들이 참 많아 다행이지만, 너무 단언을 하셔서 정치적 의도가 의심됩니다. 과학과 의학은 늘 의심하기에 단언하기를 꺼립니다. 정치와 신념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기에 정치와 신념이 코로나 사태에 숟가락을 얹게 하면 안 됩니다. 진상이 밝혀져야 정당한 분노가 가능한데, 단체적 분노는 개인적 분노보다 수명이 짧죠. 잊지 말고 나중에 혼내줄 때를 기다리는 동안, 우선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잘 살게 되면 분노도 조금씩 녹아내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