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다음 100년 키우는 재계 뉴 리더] <8> ‘방산 글로벌 톱10’ 꿈꾸는 뉴 한화
자동조립로봇과 연마로봇, 용접로봇, 물류이송로봇 등 첨단장비 80여 대는 항공엔진 부품 생산 공정에 맞춰 24시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공장 밖은 막바지 겨울비가 내려 쌀쌀했지만, 온도 변화에 민감한 금속재료를 다루는 공장 내부는 21도를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남형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장(상무)은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소재를 정밀 가공해야 하고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μ(미크론·1μ은 100만분의 1m) 단위 오차까지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 김승연 회장의 ‘빅딜’ 이후 질적·양적 성장
2014년 말 김승연 회장이 이같이 언급한 이듬해 한화는 삼성의 화학, 방산분야를 통째로 인수합병(M&A)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항공엔진을 제작하는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인수 전 삼성테크윈)는 김 회장의 원대한 구상 중심 축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글로벌 항공엔진의 전초 기지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에 1000억 원을 투자해 창원사업장의 엔진부품 신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본 공장은 약 1만1000m² 규모임에도 자동화율이 80%에 달해 한 라인당 5명씩 50명이 공장을 움직이고 있었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어렵고 까다로운 정밀 작업도 척척 해내, 고부가 핵심부품 생산도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8년에 새로 지은 베트남 공장에 제품 개발 노하우 등을 이전해 주는 ‘인큐베이팅’ 역할도 하고 있다.
고부가 핵심부품에 집중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5년 글로벌 항공 엔진 제작사인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와 국제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40년간 약 17억 달러(2조247억 원) 규모의 엔진부품 공급권을 따내 주목을 받았다. P&W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롤스로이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연거푸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유동완 엔진사업본부장은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와 고압터빈 디스크 등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제품들을 본격 공급할 수 있는 핵심 기술과 첨단 생산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규모 수주였다”고 말했다.
○ 방산으로 시작, 방산으로 재도약
올해 초 한화그룹은 ㈜한화에 전략부문을 신설하고, 태양광 부문을 이끄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부문장을 맡도록 했다. 김 부사장이 방산 분야로도 보폭을 넓히게 된 것이다. 회사 안팎으로는 화약방산 등 주요 사업의 미래 전략과 투자계획 등을 수립하는 역할인 만큼 김 회장이 장남에게 그룹 방산사업의 미래를 함께 맡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는 김 부사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한화는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한화 방산회사들이 지난해 기준 약 5조 원 수준인 매출을 2030년까지 14조 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톱10 종합방산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한화는 또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분야에 2022년까지 4조 원을 투자하는 한편 호주와 미국 등 해외에도 거점을 마련하고 사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수주 전망도 밝은 편이다. 한화 방산계열사 관계자는 “미래 전장 환경을 고려한 신제품 개발부터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 글로벌 협력 관계 강화 등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