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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들 무거운 귀국길… “컨디션 조절 어쩌나”

입력 | 2020-03-09 03:00:00

KIA-롯데 뺀 8개 팀 10일까지 귀국
LG-삼성은 日 훈련 일정 앞당겨… 예년과 달리 공항 환영팬 없어 한산
시범경기 취소로 실전경기 못해 선수들 경기감각 유지도 쉽지않아
고국서 훈련 허락받은 외국인 선수, 감염 공포로 복귀 거부할까 걱정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했던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삼성 내야수 김상수(왼쪽)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인천=뉴스1

스프링캠프를 통해 최상의 몸을 만들고 돌아왔지만 앞이 깜깜하다.

KBO리그 10개 구단이 7일 LG를 시작으로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8일에는 디펜딩챔피언 두산을 비롯해 삼성, NC 선수단이 한국 땅을 밟았다. KT는 9일. SK, 키움, 한화는 10일 귀국한다. 다음 주까지 스프링캠프 일정을 연기한 KIA와 롯데까지 귀국하면 10개 구단은 개막 전까지 국내에서 시즌 개막에 대비하는 상황을 맞는다.

최근 급박한 변화들이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던 LG와 삼성은 당초 예정보다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한국 국민의 입국 제한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한일 관계가 차갑게 식었기 때문.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두 구단은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구해 귀국했다.

귀국길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취재진과 팬들이 공항으로 몰리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LG가 귀국한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매우 한산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10개 구단의 요청으로 선수와 취재진 및 팬들 간의 대면접촉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공항을 오가던 사람도 평소보다 줄어 선수들도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앞으로도 각 구단 앞에 놓인 난제는 많아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시작할 예정이던 시범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리그 개막도 상황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KBO는 각 구단에 국내에서도 팀 간 연습경기 대신 팀 내 청백전을 치를 것을 요청했다. 선수들이 ‘실전’이라고 느낄 긴장감 있는 경기를 언제 치를지 모를 상황이다.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어 왔건만 좋았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이탈’도 또 다른 변수다. LG는 외국인 선수 3명을 일단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개인 훈련을 하며 개막 2주 전에 복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삼성, KT, 키움, 한화 등도 비슷한 조건으로 외국인들의 ‘고향 앞으로’를 허락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배려를 고맙게 여기고 있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이탈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다. 시즌이 한창인 프로농구, 프로배구에서도 전날까지 멀쩡히 뛴 선수가 코로나19 공포를 호소하며 다음 날 자진퇴출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부분 구단들은 귀국 후 안방구장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합숙시설이 따로 없어 선수들은 자택에서 운동장으로 출퇴근한다. 대부분 구장이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 이에 따른 우려도 있다. 몇몇 구단들은 확진자가 적은 지역에 합숙 캠프를 꾸려 보려 했지만 해당 지역에서 난색을 드러내 무산됐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를 안방으로 쓰는 삼성은 “선수들이 오기 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대한 방역을 진행했고 열 감지 카메라 시설도 구비했다.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