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 추세를 보이자 중국 관영언론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몇 주 동안, 2인자인 리커창 총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 채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1월 말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떨어지자, 이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언론을 이용해 시 주석을 공중보건 재난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자,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로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언론들도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더 멀리 확산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준 지도자”라는 찬사를 퍼붓고 있다.
언론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영웅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6일 바이러스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 주석과 공산당에 감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 교육 캠페인’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 주석과 공산당이 코로나19 사태에 늑장 대처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8일까지 중국에서만 8만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3000여명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국민들은 지도자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홍콩 소재 리서치회사 ‘오피셜 차이나’의 라이언 마누엘 상무이사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을 영웅화함으로써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하급 관리의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 주석은 보고를 받은 즉시 매우 단호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