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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코로나 확진자 동선공개 지나쳐…비난·혐오대상 우려”

입력 | 2020-03-09 12:00:00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2019.12.10/뉴스1 © News1


시민들의 추가 감염 우려로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동선이 자세히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확진자 동선 공개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9일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확진자의 이동경로 공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와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접촉자 현황을 국민들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확진환자가 날짜와 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장소를 인터넷과 언론보도로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환자가 거쳐간 방문장소와 시간을 일정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제로는 확진환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보니 내밀한 사생활이 노출되는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환자가 비난이나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2차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도 확진환자가 되어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며 “상세한 이동경로 공개는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려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확진환자 개인별로 방문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 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 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며 “확진환자가 거쳐간 시설과 업소에 대한 소독과 방역 현황을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