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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갔더니 문패는 ‘마음수선소’…“감쪽 같았네·이상했잖아”

입력 | 2020-03-09 13:40:00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신천지 법인 사무소 문이 닫혀 있다. © 뉴스1 

“저기가 신천지라고요? 어머나 나는 감쪽같이 몰랐네.”
“모르긴 왜 몰라. 사람들 왔다갔다 하고 이상했잖아.”

서울시가 사단법인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신천지) 사단법인 사무소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자, 인근 식당 직원들이 나눈 대화다.

횟집과 식당, 마트가 밀집한 사당동의 한 골목은 아침부터 소동이 일었다. 가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췄다. 골목 풍경은 여느 때와 같았지만 한 건물 앞은 긴장감이 흘렀다.

서울시는 9일 오전 동작구와 합동점검반을 꾸려 신천지 법인 운영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신천지 법인 사무소에 방문했다. 시에 따르면 신천지는 법인의 등기상 주소지인 강남구 논현동 빌딩이 아닌 이번 실태조사 방문지를 주사무소로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조사 착수 시간은 오전 9시30분쯤이었지만 신천지 법인 관계자가 늦게 도착해 10분 늦은 9시40분쯤 조사가 시작됐다. 사무소는 시의 신천지 관련 시설폐쇄 조치에 따라 폐쇄됐지만 이날 조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폐쇄가 풀렸다.

법인 관계자를 따라 사무소에 들어간 합동점검반은 이 관계자의 검체 조사를 실시한 뒤 비공개로 서류 조사 절차를 진행했다.

해당 건물 1층에는 좌판에 각종 채소와 세제 등을 내놓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트가 자리했다. 건물에는 치의학 교육원과 보험 마케팅회사 등이 입주해 있는 평범한 건물이었다.

해당 사무소 내부 문패에 ‘바이블 마음수선소’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뉴스1 

건물 5층에 있는 사무소에 들어서자 문에 붙은 한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바이블 마음수선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음씨 좋은 선생님이 있는 심리 상담소 정도로 읽힐 뿐이다.

사무소는 책상과 테이블, 칠판이 있는 학교 교실 같은 모습이었다. 최근 사람이 오지 않은 탓인지 벽에 걸린 시계는 멈춰 있었다. 조사는 두 시간여쯤 지난 오전 11시 50분쯤까지 진행됐고 그사이 동작구보건소는 해당 사무소에 방역도 실시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소동에 가던 길을 멈췄다. 대기하던 방송사 카메라를 본 주민들은 계속해서 “무슨 일이 났냐”고 물었다. 건물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신천지 사무소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에서 나오며 “여기 뭐 하냐”고 묻던 한 50대 여성은 신천지 실태조사라고 설명하자 “어머 그럼 나 이제까지 같은 건물 살았네”라며 혀를 차며 서둘러 마스크를 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다단계’로 보였다며 수상한 낌새가 있었다고 했다.

인근 식당의 직원들은 “안 그래도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루루 나오곤 했다”며 “아저씨가 몇 명을 끌고와 여기서 밥을 사준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사무소 실태조사는 결과적으로 ‘맹탕’이었다. 현장을 지휘한 김경탁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각종 회의록이나 사원 명부 등 비치 의무가 있는 서류들이 전혀 비치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천지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사무실이 폐쇄 상태라 서류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탁 과장은 “추후 소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무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걸로 본다”고 밝혔다.

신천지의 이날 자료 미제출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법인 취소 절차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 과장은 “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분을 확인했기 때문에 취소 결정을 하는데 있어 한 사유가 될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