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인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앞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9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약국.
약사 A 씨가 주민 박노칠 씨(83)에게 이날부터 시행한 ‘마스크 5부제’를 한참 설명했다. 박 씨는 “(마스크 5부제인지) 전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오전 9시 반경. 2011년생 딸을 대신해 약국을 찾은 장경식 씨(41)는 “출근길에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해왔다. 지난주는 아예 살 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이젠 구매할 수 있어 다행”이라 했다.
동아일보가 이날 성동구 한양대병원 앞 약국 7곳을 둘러보니 정부의 ‘공적 마스크’를 들여놓은 곳은 1곳뿐이었다. 같은 시간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 9곳도 3군데만 공적 마스크를 팔았다. 약국마다 지정된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가 다른 데다, 업체 상황에 따라 입고 시간도 달랐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약국에 요일에 따라 마스크 구입이 가능한 출생년도가 붙어있다. 하지만 입고시간과 판매시간 등이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아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약국에서도 불편을 호소했다. 마스크가 5장이 한 묶음으로 포장됐거나 대, 소형 마스크가 함께 섞인 제품들이 많아 팔기가 여간 번거롭지가 않단다. 성동구 행당동 대학약국의 약사 김지은 씨(28·여)는 “오늘처럼 5장씩 포장이 돼 올 때가 있어 제일 난감하다. 직원 3명이 달라붙어 1장씩 새로 싹 다 포장했다”고 했다. 또 다른 약사 A 씨도 “5장씩 들여와서 나눠서 포장하느라 지퍼백과 비닐장갑까지 샀다. 비용이 더 들어 무료봉사하는 셈”이라고 했다.
몇몇 소규모 약국은 공적 마스크 판매에 시달리느라 약 조제 업무는 손을 놓기도 했다. 70대 약사 B 씨는 “공적 마스크 판매가 여간 번거롭지 않다.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해 입력하려면 시간이 꽤 든다. 약 조제는 거의 못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