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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모르는 이랜드 패션… 업계 1위 3가지 비결은

입력 | 2020-03-10 03:00:00

① 소비권력 밀레니얼-Z세대 공략
② 여성 임원 비율 31%… 리더십 변화
③ 패션연구소로 소재-디자인 투자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스파오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오픈한 ‘스파오프렌즈’ 매장 전경. 이랜드는 밀레니얼 세대 및 Z세대를 겨냥한 캐릭터 상품 등을 강화하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랜드 제공

국내 패션 산업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랜드그룹의 패션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패션 사업 매출이 지난해 3조5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사업에서 2조 원, 해외에선 1조5000억 원을 거둔 결과로, 대표 브랜드인 스파오·뉴발란스·폴더 등의 성장 영향이 컸다. 2009년 론칭한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 3500억 원을 거두며 일본 유니클로에 이어 국내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중 2위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1600억 원이었던 뉴발란스 매출은 지난해 45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2012년 론칭한 신발 편집숍 폴더도 지난해 매출 1500억 원을 거뒀다.

이랜드 패션 사업의 성장은 국내 패션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과 대비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2017년 42조47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하락한 데 이어 2018년(43조2181억 원)과 2019년(44조3876억 원) 성장률도 각각 1.8%, 2.7% 성장에 그쳤다. 이랜드와 함께 국내 패션업계 ‘톱3’인 LF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수년째 2조 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 성장 비결 중 하나는 소비 권력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공략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랜드는 2018년 당시 40세에 불과했던 최운식 대표에게 패션사업을 일임하는 한편 주요 12개 브랜드장을 모두 30대로 선발했다. 이랜드 직원이면서 밀레니얼 세대인 이들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매출 볼륨을 키울 방법을 빠르게 실행했다. 10, 20대 소비자가 주였던 스파오에선 직장인을 위한 비즈니스캐주얼 및 스포츠·키즈 라인을 강화하고, 키덜트를 위한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도 잇따라 출시했다. 대중적인 신발 편집숍 브랜드였던 폴더는 10, 20대 고객을 늘리기 위해 한정판 제품이 많은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을 선보였다.

패션 아이템의 주요 고객인 여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직장 내 여성 리더십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이랜드의 여성 직원 비율은 54.9%로 100대 상장사 평균 24%의 2배가 넘는다. 여성 임원 비율도 31%나 된다. 한국 여성의 체형을 면밀히 조사해 론칭한 미쏘는 연매출 10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뉴발란스 키즈는 엄마들이 아이가 빨리 클 것을 감안해 큰 사이즈 옷을 사면서도 예쁘게 입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한 기장과 소매, 핏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재 및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투자도 한몫했다. 이랜드는 서울 금천구에 패션연구소를 두고 30만 벌에 달하는 빈티지 의류와 다양한 전문서적을 비치했다. 디자이너들이 상품 디자인에 속도를 내고,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00만 장이 판매되며 스파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데일리지 팬츠’ 라인도 패션연구소에서 탄생했다. 가장 인기 있는 청바지와 슬랙스의 소재를 선정하고, 시대별 유행했던 핏을 모아 총 13종의 핏을 구현한 덕분이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세계 최대 섬유공장인 베트남 탕콤을 비롯해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에 자체 생산 공장을 둔 것도 차별화 요소”라며 “품질을 균일화하면서도 가격 대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