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따른 병원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하루 6800여 명의 외래환자가 찾는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은 어제 신천지 신도인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외래 진료를 중단하고 일부 시설을 폐쇄했다. 그제 서울백병원에서는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입원한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이 중단됐다. 백병원은 호흡기 질환자와 비질환자를 분리해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이어서 안심병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서 하루 수천 명의 외래 환자가 이용하는 대형병원 내 감염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밀집돼 있는 데다 원내 환자 발생 시 병동 폐쇄와 의료진 격리로 지역 의료시스템이 마비돼 중증·응급환자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전파 경로가 오리무중인 감염이 이어지는 것도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6일부터 외래 진료와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 경기 성남의 안심병원 분당제생병원에서는 나흘 새 환자가 13명으로 늘었으나 방역 당국은 첫 전파자를 못 찾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원내 감염에 따른 병원 폐쇄 후 어제 운영을 재개한 서울 은평성모병원도 감염 경로를 모른다.
전 세계 확산에 따라 환자 역(逆)유입 가능성에 대비한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 어제 수원에서는 이탈리아를 다녀온 2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하루에 1000명 넘게 신규 환자가 발생해 밀라노와 베네치아를 포함한 15개 지역이 봉쇄된 상태다. 미국도 워싱턴 캘리포니아 뉴욕을 포함해 9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방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적했듯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된다는 것은 보다 큰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을 할 때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