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방해만 없었더라면 나폴레옹은 더 탄탄한 길을 걸었을 수도 있다. 그를 파멸시킨 러시아 원정도 감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방해자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사사건건 나폴레옹의 승리를 불완전한 것으로 만들었다. 종종 감상적이 되곤 하던 나폴레옹은 영국은 나를 방해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점령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력한 영국 해군 때문에 그 좁은 도버해협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잠수함, 어뢰, 기선이란 아이디어까지 추구했던 것이다.
150년 후 히틀러는 “나폴레옹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결정적 실수 2가지를 그대로 답습한다. 첫째가 영국을 빼고 대륙 정복을 시도했던 것이다. 뒤늦게 영국 침공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잠수함과 어뢰도 있고 성능도 더 뛰어났지만 다른 것들이 부족했다.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러시아 침공도 마찬가지다. “나는 다르다”고 장담했지만 나폴레옹의 실수를 그림자 밟듯이 답습했다. 왜 그랬을까? 진지하게 상대를 연구하지 않고,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이 ‘적폐’다. 선거철이라 그런가? 아니면 과거사를 경멸하던 자들이 똑같은, 아니 더 심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한 것일까? 자기들이 발견했다기보다는 국민이 발견했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