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564명-사망 22명으로 늘어… 펜실베이니아주는 재난 선포 크루즈선 승객들 軍기지 격리… 정부 “기저질환자 크루즈 자제를” ‘바이든 vs 샌더스’ 흥행카드 찬물… 민주당 전당대회 연기 거론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미국 50개 주 중 9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무부도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크루즈선 여행 금지를 경고해 미국 내 코로나 대유행(팬데믹)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8일 기준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는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3950만 명)를 비롯해 플로리다(2150만 명·3위), 뉴욕(1950만 명·4위), 워싱턴, 켄터키, 메릴랜드, 유타, 오리건, 인디애나이다.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와 2위 텍사스(2830만 명)의 주도(州都) 오스틴은 지역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펜실베이니아(1280만 명·5위)는 재난을 선포했다.
CNN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기준으로 9일 오전 2시 기준 미국인 환자가 564명이라고 전했다. 사망자는 워싱턴(19명), 플로리다(2명), 캘리포니아(1명) 등 3개 주에서 22명이 확인됐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유명 성공회 목사인 티머시 콜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교회가 150년 만에 8일 일요 예배를 중단했다. 이 교회는 백악관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데다 정부 고위직 등 워싱턴 상류층이 대거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선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항구 인근 해안에 정박 중인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9일 오클랜드항에 이동했다. 탑승객들은 군 기지 등으로 옮겨져 14일간 격리된다. 이 배에 탑승했던 선원이 옮겨 탄 ‘로열 프린세스’호와 ‘리걸 프린세스’호 역시 이들의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운항이 중지됐다. 국무부는 트위터에 “미국 시민, 특히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크루즈선 여행을 해선 안 된다. 정부가 최근 몇 주간 전세기를 동원해 일부 크루즈선 승객들을 대피시켰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고 밝혔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리고 악수 등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유세 현장의 특성상 이곳이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지난달 말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중 양성 환자가 등장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 등 양당의 주요 주자가 모두 고령이어서 코로나19 위협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추대가 확정적인 집권 공화당과 달리 흥행몰이가 중요한 야당 민주당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와 샌더스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를 7월 전당대회 전까지 끌고 가 유권자와 언론의 관심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의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예정된 전당대회의 연기를 거론하는 말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에 “일찌감치 세계 특정 지역으로의 여행을 금지시키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미국의 대응은 세계에서 가장 강경한데도 수많은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며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공격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