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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韓-中 입국금지는 최종적으론 정치적 판단”

입력 | 2020-03-10 03:00:00

전문가 의견 경시 지적에 응수… 코로나 궁지 몰리자 승부수 던져
10일 ‘긴급사태 선언 권한’ 의결, 의료시설 위해 토지징발 등 허용
야당 “개인 권리 제한 신중해야”
NYT “올림픽 취소땐 사임 위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인과 중국인을 사실상 입국 금지하는 초강경 대책을 5일 발표한 것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패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입국 금지) 조치를 전문가회의에 상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판단은 총리의 지시냐’란 야당 의원의 질의에 “최종적으로 (내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 물론 외무성 등과도 협의한 후에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내에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과학적 근거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시인한 것이다.

또 일본 정부는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을 10일 각의에서 결정해 13일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NHK가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 권한을 가지면 임시 의료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유자의 동의 없이 토지를 사용하는 등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야당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베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잇따라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 ‘아베 총리, 코로나 역풍은 못 피해’라는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몇 주 동안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뜬금없이 휴교령을 발동하는 등 서툰 대응으로 정치 위기를 맞았다.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슈다. 그린피스저팬은 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 호우가 후쿠시마를 강타했던 지난해 10월 16일∼11월 5일 후쿠시마 일대의 방사선량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26일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축구장 J빌리지의 한 지표면에선 방사선량이 시간당 71μSv(마이크로시버트)에 달했는데, 이는 원전 사고 전 후쿠시마현 평균인 시간당 0.04μSv보다 1775배 높은 수치다. 조사를 총괄한 스즈키 가즈에 씨는 “아베 총리가 도쿄 올림픽을 후쿠시마 부흥의 상징으로 이용하면서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방사능 문제를) 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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