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휴게소를 건너뛴 채 바로 원주 시내로 향했고, 언젠가 원주 향토 음식을 소개하는 TV 프로에서 ‘장칼국수’를 봤는데,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맛집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원주에 사는 후배에게 전화했다. 정말 ‘안 유명하고 맛있는’ 장칼국수 집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단계동에 있는 집을 소개해줬다. 가보니 손님은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우리는 세 그릇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구수함과 얼큰함이 조화를 이루고, 특히 마늘이 많이 들어간 겉절이 김치가 맛있었다. 배도 채웠겠다, 우리는 30분 정도 차로 달려 산중서점에 도착했다.
가파른 언덕을 몇 차례 오르니, 작은 간판이 보였다. 이런 곳에 서점이 있다니, 서점 주인도 궁금했고 오는 손님도 궁금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햇살, 차곡차곡 꽂힌 책들,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 독서하는 사람들. 우리는 커피와 브라우니를 시키고 읽고 싶은 책을 골랐다. 각자 책 한 권씩 사서 한동안 말없이 읽고 있는데 창밖으로 눈발이 날렸다. 1시간 전에는 햇살이 가득했는데, 산중이라 그런지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아직 얼어있는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구룡사가 눈에 들어왔다. 구룡사는 당연히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홉 구(九)’자를 ‘거북이 구(龜)’자로 고쳐 써 지금은 용의 기운과 거북이의 기운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근처 찻집에서 대추차로 몸을 녹이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아내가 소리쳤다. “우리 한 끼밖에 안 먹었잖아?” “서점에서 브라우니 먹었잖아!” “그건 간식이지. 저녁은 소고기 먹자!” 원주 중앙시장 소고기 골목에 가서 소고기 모둠에 된장찌개까지 먹고 나니 시간은 오후 7시 반. 이제 서울 가자! 그렇게 당일치기 여행을 하고 집에 와서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 출근길이 조금 피곤했는데, 회사 앞에 노랗게 움튼 개나리를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봄이다. 봄은 온다. 기지개를 켜고 봄날로 가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