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임종 못보고 영원한 이별… 화장때도 방호복 2, 3명만 참관 대구 70대 할머니 섬망증 시달려 가족들 “얼굴 한번만…” 호소 병원, 손편지 읽어주고 사진 전달… 의료계 “환자 심리안정에 큰 도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입원 중인 김종해 씨의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어릴 적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전달한 편지. 안성규 씨 제공
그렇게 부부는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다. 입원 중인 아내는 마침 의료봉사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안성규 씨 제공
애가 타는 건 유족뿐 아니라 입원 중인 환자의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대구 지역의 병원에는 홀로 사투를 벌이는 코로나19 환자가 많다.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가족의 얼굴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감염 위험 탓에 출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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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 편지를 전달하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안 씨는 어머니가 입원한 뒤 날마다 쌀과 초를 챙겨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고 있다. 어머니께 드리는 전상서도 썼다. 제발 건강하게 돌아와 달라고, 그동안의 불효를 용서해 달라고…. 김 씨의 사위와 손주들도 모두 편지를 썼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모았다.
이를 건네받은 의료진은 8일 김 씨 손에 사진을 쥐여주고 큰 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현장에 함께한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르신이 눈을 감고 있었지만 의식이 있는지 편지를 읽는 의사의 손을 꽉 잡고 있더라”며 “섬망을 치료하려면 익숙한 환경, 가족과의 유대를 지속시키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가족 치료’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섬망이 생긴 중환자라면 가까운 보호자가 진정시켜 주는 게 효과적이다. 그런데 방호복을 입은 낯선 의료진만 보게 되니 환자는 심리적으로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부 병원은 위중한 환자의 경우 가족 대표가 중환자실에 출입하도록 방침을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방호복을 입은 가족 대표가 감염 예방교육을 받고 의료진 도움을 받아 환자를 만나면 된다. 그리고 2주간 자가 격리를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