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몬스타엑스’가 지난해 12월 미국 ABC TV 토크쇼 ‘라이브! 위드 켈리 & 라이언’에 출연하며 대기실에서 배우 잭 블랙(오른쪽)과 함께한 모습.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원 한국어 가사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될지/한 발자국 떼면 한 발자국 커지는 shadow’. 위 문장은 방탄소년단의 신작 타이틀 곡 ‘ON’의 뮤직비디오에 사용한 영어 자막이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방탄소년단은 신작을 내자마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컴백이 연일 세계적 화제가 되고 미국 주요 TV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지만 개별 곡에 대한 인기도는 끓는점과 거리가 있다. ‘ON’이 빌보드 싱글차트는 4위로 선전했지만, 미국 내 점유율 1위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서는 20위권에 머물다 일찌감치 ‘차트 아웃’(50위권 밖으로 밀려남)했다. 전문가들은 케이팝이 근래 5mm의 언어 장벽(휴대전화로 보는 자막 크기)을 뚫고 놀라운 선전을 보였지만, 그 장벽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 몬스타엑스의 영어 실험…절반의 성공
‘Remember all the nights like this/Sleeping in the Motel 6’
타이틀 곡 ‘Middle of the Night’에는 위와 같이 미국 내 유명 숙박업 체인 이름(모텔 6)까지 등장한다. 언어뿐 아니라 정서까지 현지화한 셈. 신작은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5위까지 오르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그러나 영어 가사가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몬스타엑스의 음반은 빌보드 앨범차트 160위로 낙하해 뒷심이 모자란 형국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인기 케이팝 그룹이 ‘한국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퍼포먼스와 시각적 이미지의 힘, 팬덤의 열광적 충성도와 소비 집중력이 여전히 성공의 구심력으로 유효하기 때문이다.
○ 팬덤에게는 선망, 대중에게는 여전한 벽
신작 타이틀곡 ‘ON’의 뮤직비디오에 영어 자막을 사용한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