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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개척 자부심… 초심 잃지 않겠다”

입력 | 2020-03-10 03:00:00

[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내 삶 속 동아일보]
<3> 금리 낮춘 P2P 대출 ‘8퍼센트’ 이효진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장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3년가량의 계획을 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창업 후 2년이 채 안 됐을 때 동아일보와 한 전면 인터뷰에서 젊은 사업가는 “1번, 사회에 기여한다. 2번, 불가능에 도전한다. 금융업을 하다 커피 장사를 하더라도 이 두 가지는 꼭 지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창업 후 5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이 100곳 중 30곳(2018년 기준)에 불과한 한국에서 이효진 8퍼센트 대표(37)는 사회에 기여하는 핀테크 기업이란 목표를 놓지 않고 있다. 그가 개척한 개인 간 거래(P2P) 금융 시장의 누적 대출액은 2015년 말 370억 원에서 지난해 말 8조6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8퍼센트 사무실에서 4년 전과 같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요. 한 사람, 한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려워요. 그래도 우리 회사를 만나는 고객의 삶이 좋은 쪽으로 한발 내디딜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핀테크의 가능성에 주목했던 본보는 이 대표가 기업을 차린 후 9개월 만인 2015년 8월 첫 인터뷰를 하며 “가장 핫한 회사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에게 첫 인터뷰 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누적 대출액이 4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70배 넘게 늘었다”며 웃었다. 그는 이후 ‘찾아가는 청년드림 금융캠프’ 등 본보 주최 행사에서 강연하며 P2P 대출을 알렸고 여러 차례 인터뷰와 기고를 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안정적 직장인 은행을 8년 만에 그만뒀을 때 이만큼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버지는 같은 은행에서 본부장으로 퇴임했다. 그는 “은행원으로서의 삶이 TV에서 미리 다 본 여행지 같았다”고 했다.

당초 계획은 퇴사 후 1년간 노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P2P 대출 회사 랜딩클럽을 보는 순간 ‘이건 된다’는 감이 왔다. 결국 임신 3개월에 창업을 감행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직원 면접을 본 ‘무용담’은 아직도 업계에서 회자된다.

그는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했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2금융권을 찾았던 이들이 저축은행보다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태원의 유명 수제 맥줏집, 국회의원, 걸그룹 멤버 등이 문을 두드렸다.

올해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P2P 대출은 대부업 딱지를 떼고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P2P 금융만 규제하는 법이 따로 생긴 것이다. 창업 두 달여 만에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이트 폐쇄 조치를 당했기에 감회가 특별하다.

“마중물이 됐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P2P 금융을 잘 몰랐는데 지금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게 됐거든요. 금리절벽을 없앤다는 가치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P2P 투자에 대한 일부의 우려 섞인 시각을 넘는 것은 남은 과제다. 이 대표는 “2월 말 기준으로 8퍼센트의 부실률은 4.64%로 저축은행보다 낮다”고 했다.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평균 부실채권 비율은 6.68%(2019년 9월 말 기준)다. 그는 “P2P에서도 여러 상품에 소액 분산투자를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창업하던 때로 돌아가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꼽아 달라고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답이 돌아왔다. 이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동아일보에 대해서는 “균형 잡히고 신뢰할 만한 콘텐츠로 선한 영향을 더 많이 미쳐 달라”고 당부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